0408 아빠의 선물, 엄마의 소망.. 눈물이 났던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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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혁일원장 댓글 0건 조회 1,861회 작성일 21-04-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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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바른 원장 최혁일입니다.


요며칠 봄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합니다.

날씨만큼 환한 얼굴로 저희 치과에 내원하시는 분들! 아프고 불편한 치료를 잘 참아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교정치료와 관련된 정보라기 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얘기 정도입니다. 기록도 하고 돌아보고 싶구요. 부끄러운 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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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교정치료의 특성상, 환자 한분 한분과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눈물을 쏟았던 기억

8년전 서울대병원근무 시절 20살 남학생. 비대칭+주걱턱으로 양악수술을 목표로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매달 어머니가 데리고 오셨구요. 어머니와 항상 밝게 인사하며 대화도 종종 나누고 그랬습니다.

수술교정도 잘 마치고 이제 군대를 간답니다. '그래~ 휴가나올때 체크겸 내원해라. 얼굴 좀 보자. 군대 조심히 다녀오구~'

신병휴가를 나와서 왔는데, 아빠랑 왔습니다. 아빠도 몇번 봤었기 때문에 반갑게 인사드리고, '어머니는 건강하시죠?' 인사를 드렸는데. 갑자기 아버지 눈시울이 붉거집니다.

뇌종양으로 지금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평소와 달리 머리도 헝클어지고 까맣게 핼쓱해 지신 표정이셨습니다. 그렇게 밝은 어머니가 왜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며칠 후 학생에게서 부고 문자가 왔어요. 장례식장 가서 아빠 손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아는 분은 그 아빠와 학생 뿐이었는데, 혼자 밥상에 앉아 계속 울면서 육계장 먹고 돌아오던 기억이 납니다.


2. 착한 분이 아프니 더 슬펐던 기억

역시 대학병원 근무 시절. 과거에 치료했던 부정교합이 약간 재발되어 제가 다시 맡아 치료하던 20대 후반 여자분. 해맑은 웃음으로 참 천사같은 분이셨는데. 6개월 정도 걸리는 간단한 재치료였는데 한달 남겨두고 거의 1년째 안오시다가 나타나셨습니다. 안부도 묻고 무슨일 없으셨냐고 물으니 고개만 끄덕이며 괜찮았다고 웃으십니다.

진료하다가 살짝 장갑낀 제 손이 환자분 머리에 스쳤는데, 머리가 한웅큼 빠져나왔습니다.. 너무 죄송하다고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제야 펑펑 우십니다. 유방암으로 지난 1년간 수술받고 항암이 이제 막 끝났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치료 잘 마쳤다고 울면서도 환히 웃으시는데.. 다시는 아프지 말고 꼭 완치되시길 속으로 간절히 기도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3. 아빠의 선물

작년 12월 치료를 마치신 30대 후반 여성분. 생각보다 빨리 잘 끝나서 기분이 좋다면서 '교정할 생각은 하나도 못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해서 끝나니 너무 기분 좋아요'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어떻게 뒤늦게 교정을 하실 생각까지 하셨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과거 사연을 말씀해주십니다.

2년전 아빠가 췌장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본인의 삶을 잘 정리하시기 위해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며 좋은 시간을 보내셨다고 해요. 그리고 딸에게는 '내가 입이 나온게 컴플렉스였는데 우리 딸 나 닮아 입이 나와서 미안했다고, 교정치료 받게 해줄테니 하라고' 도와주셨답니다. 그때도 타의로 시작하시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아버지는 딸의 교정치료 마무리를 보지 못하고 작고하셨지만 아빠도 좋아할 거라고 천진한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가 정말 마무리를 잘하셨구나. 이렇게 따님이 좋아하시는것을 보면..

정말 치료할때마다 더 책임감있게 그리고 진솔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이렇게 예쁜 아이를 두고 왜..

3년 전부터 진료를 시작한 아주 이쁜 학생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데려와서 교정을 시작했는데 아빠와 엄마는 각자 타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이쁘고 성격도 착한 아이입니다. 치료 마무리할 즈음 잘 안오기 시작하더니 수개월이 지나서야 왔습니다. 그동안 왜 못왔니. 조금 멀리 이사를 가서 못왔어요. 그럼 엄마나 아빠랑 살고 있니? 그렇지 않다고.. 충남에서 혼자 버스타고 옵니다. 정말 고생이 많구나. 얼른 치료가 끝나야 멀리서 오고가는 고생이 덜할텐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5. 엄마의 소망

작년 말에 오신 19살 여학생. 엄마가 같이 오셔서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고, 따님의 부정교합이 잘 고쳐질 수 있는지 여러번 물어보십니다. 잘 설명드리고 가셨는데, 다음주에 교정검사 받으시고 그 다음주에 결과 설명을 위해 또 같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말투가 반달 전보다 어눌했습니다. 사실 뇌종양으로 시한부라고 하십니다. 우리 딸 소원인데 잘 치료해달라고. 너무나도 죄송했습니다. 부족한 제가 잘 치료할 수 있을지. 돈에만 급급했던 제가 얼마나 마음이 부족했는지..

이후 매달 오실때마다 머리숱이 적어지고, 지팡이를 짚으시고.. 이번에는 얼굴이 많이 부어서 늦게 오셨습니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십니다. 아들이 초보운전인데 운전이 서툴러서 늦었다고.. 아들도 있으셨구나. 군대를 이제 막 마쳤답니다. 제 눈시울이 또 한번 뜨거워졌습니다. 정말 이제 아이들 좀 크니까 이렇게 아프시다니.. 오실때마다 쇠약해지시지만 다시 마음먹고 항암 시작하셨다고 하십니다. 어머니 다음달에 또 뵈요! 꼭 뵈요!

작은 손해와 문턱에도 부들부들 떠는 나는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그리고 나 하나 지키려고 변명과 생색으로 얼마나 나를 감싸고 있는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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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록을 하며 조금이라도 위선과 이기심을 벗어버리고 좀 더 진솔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by
최혁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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